茶香의 사진일기 45 여름 안부! 하늘은 지겹지도 않은 모양이네요. 오늘도 잔뜩 찌푸리더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어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커피 한 잔을 창가에 놓고 앉았있어요. 한여름에 무슨 뜨거운 커피냐고요? 모르는 소리 마세요.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왜 생겼습니까? 한여름에 먹는 뜨거운 커피 맛을 알면 그 매혹적인 맛을 끊기 힘들어져요. 암튼,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다가, 턱을 괴고 앉아서는 창밖 풍경에 빠지고 말았지요. 사실 창밖 풍경을 본다고 해도, 시선이 그곳 방향인 것 뿐이지, 딱히 보는 건 없어요. 그냥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시선이 되어 이리저리 헤매다가 물음표 하나 동동 뜨면 그것 따라 움직이지요. 늘 그렇듯 물음표가 뭐든 간에, 뭐 그리 대수로운 고민이겠어요? 기껏해야 아파트 옥상에 사는 텃밭상자 속 식구들 걱정이나 .. 2022. 8. 25. 다시 보고파 차마 돌아서지 못한 마음을 헤아려 뾰족뾰족 올라와 초록으로 숨을 쉬는 거야! 꽃도 피지 못하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한 줌 햇빛 때문이었을까? 아님, 숨을 쉴 수 없도록 좁은 화분에서 살려고 발버둥 치다가 포기했는지..... 하루가 다르게 누런 얼굴빛으로 날 바라보는 너에게, 나는 너를, 더는 사랑 할 수 없다고 등을 돌리던 날! 그래도가 마음을 다시 돌려세웠지! 결국은 키우기로 마음을 바꾼 것이지요. 다시 키우려면 어느 부분을 살리고 버려야 하는지 잠시 고민에 빠지기도 했어요. ‘이파리만 적당히 솎아낼까?’ ‘싹둑 누런 이파리들만 잘라내고 흙만 갈아 줄까?’ 고민했어요. 이미 햇빛 부족으로 고사되기 직전이라 미안했지만 다 살리려는 미련을 버리기로 했어요. 겨울이면 창으로 들어오는 한 줌 햇살이 얼마나 .. 2021. 11. 27. 미나리 향기 고왔다. . 둘레길 돌담에 햇살 한 줌 돋았다. 개나리며 돌나물이며 삐죽이고 산허리 잘라가며 피어나는 산수유 거들먹거리며 수다스러운 날 널 뛰듯 그네 타듯 봄이 내 눈앞에 아롱아롱 어지럽다. 그래도 좋아서 오는 봄이 좋아서 함박웃음 펄펄 날리며 겨우내 뚝배기에서 자란 미나리를 한 잎이라도 흘릴까 노심초사 조심조심 주방 가위로 잘라 졸졸졸 봄 소리 가득한 흐르는 물에 씻었다. 멸치 액젓, 매실액 쪼르르 넣어주고 알싸한 쪽파, 울긋불긋 홍고추 송송 썰어 넣고는 뽀얀 살결 뽐내는 마늘까지 넣고 깨소금 솔솔 뿌리고 고춧가루 듬뿍, 식초 쪼르르 조물조물 주물주물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까지 외우니 집안에 봄 향기 흐드러지더라. 2021. 2. 28. 꿈 꾸는 미나리 윤기 자르르 흐르는 미나리 한 단을 사다가 동치미를 담고 조금 남았습니다. 그냥 놔두면 분명 물러 생을 다하겠다 싶어 뚝배기에 담고 맑은 물도 또르르 부었습니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서 햇살을 오롯이 담아내더니 여린 초록 잎들이 우르르 기지개를 켜고 봄날의 햇살처럼 빛났습니다. 꽃향기 묻어나듯 풋풋함이 덩달아 향기로우니 여린 것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냄새와 빛깔이 곱기만 합니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 꿈 하나 파랗게 앉았습니다. 겨울 햇살 한 줌에 꿈 하나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덤으로 맞은 시간들이 희망이 되어 부풀어 오릅니다. 햇살 고운 창가에 앉아 미나리는 초록 이파리를 키우며 장다리 하나쯤 만들어 낼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다리꽃 하얗게 피워내며 어느 날 불쑥 씨앗을 맺고 삶은 그렇게 이.. 2020. 12. 11. 이전 1 2 3 4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