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의 수필과 칼럼

그대 곁에 있어도

茶香 2013. 9. 24. 10:21

 

 

 

 

 

   그대 곁에 있어도  / 茶香 조규옥

 

   잔디밭이 아름다운 공원을 걷는다. 보랏빛 구절초가 피어나고 코스모스가 피어나 가을 하늘 밑에서 하늘거린다.

 

 지금 막 서쪽 하늘가엔 노을이 지고 있다. 그 노을을 배경 삼아 잠자리가 날아다닌다. 허공에서 무심한 듯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가만히 올려다보니 어떻게든 누군가를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누가 누구를 잡으려는지는 몰라도 한 마리가 날아오르면 반듯이 그 뒤를 따라 날아오르는 녀석이 있다. ‘나 잡아 봐라’ 하고 달리던 저 어린 날의 작은 연인들처럼.

 

 생각해 보면 이 세상에 사는 모든 것들이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 꽃과 나비, 섬과 섬 사이, 바람과 구름들이 하물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조약돌까지도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 있는지 모른다. 무심한척 아닌척해도 우리가 안 보는 사이 은밀한 눈빛을 서로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늘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해와 달도 어느 날은 같은 하늘에 떠서 서로 자주 만날 수 없는만큼 더 뜨거운 눈빛을 으로 더 은밀한 속삭임을 주고 받을 게다.

 

 화사하게 피어난 구절초에게 바람이 다가와 몇 번 흔들다 떠나더니 흰나비 한 마리 날아와 살포시 내려앉는다. 구절초도 나비도 잠시, 아주 잠시 살포시 눈을 감는다. 작은 흔들림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정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나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깊고 짧은 사랑에 방해라도 될까 숨을 죽이고 섰다.

 

 공원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가로등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가을바람이 그 사이를 살랑거리고 지나간다. 어스름 내린 공원에 애잔함이 가득하다. 그리워도 손잡지 못하는 것들... 가로등과 가로등, 호수와 정자각. 나무와 나무들이 그리움을 한꺼번에 풀어 논 탓일 게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너도 나도 털어 논 탓일 게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 간다. 서로 무심한 듯 살아도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들에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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