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늘 만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해와 달도 어느 날은 같은 하늘에 떠서 서로 자주 만날 수 없는만큼 더 뜨거운 눈빛을 으로 더 은밀한 속삭임을 주고 받을 게다.
화사하게 피어난 구절초에게 바람이 다가와 몇 번 흔들다 떠나더니 흰나비 한 마리 날아와 살포시 내려앉는다. 구절초도 나비도 잠시, 아주 잠시 살포시 눈을 감는다. 작은 흔들림도 없다. 서로가 서로를 쓰다듬으며 애틋한 정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나도 덩달아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깊고 짧은 사랑에 방해라도 될까 숨을 죽이고 섰다.
공원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가로등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가을바람이 그 사이를 살랑거리고 지나간다. 어스름 내린 공원에 애잔함이 가득하다. 그리워도 손잡지 못하는 것들... 가로등과 가로등, 호수와 정자각. 나무와 나무들이 그리움을 한꺼번에 풀어 논 탓일 게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고 너도 나도 털어 논 탓일 게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 간다. 서로 무심한 듯 살아도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들에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