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의 사진일기

딸기를 기르며

茶香 2014. 4. 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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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를 기르며

 

 

 

 茶香의 Photo Essy

            서울에서 호미 들고

 아파트 옥상에 있는 상자텃밭에 물을 주려고 물뿌리개에 물을 가득 담아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보통 때 같으면 빗불을 받아 사용하지만 올 봄엔 비가 오지않아 물을 들고 올라가 주어야 한다. 옥상으로 나가는 문을 열자 아파트 옥상 난간에 앉아있던 까치 두어 마리가 후루룩 날아간다. 놀란 모양이다. 괜시리 미안해 진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상자텃밭에 아침 햇살이 반짝인다.

 

 

 상자텃밭에 심어놓은 상추며 고추. 토마토들이 저마다 '나 여기 있다’ 해맑은 얼굴로 반긴다. 언젠가는 심고 싶었던 것들로 오밀조밀하다. 어제 밤에 사다 싶은 수박 모종부터 들여 본다. 싱싱하다. '그래 욕심없다. 한 덩어리만 열려라. 손주 녀석 보여주게' 상상만 해도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수박 모종 앞에 작년에 몇 포기 심어놓은 딸기가 상자텃밭에 가득하다. 엊그제부터 피기 시작한 하얀 딸기꽃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훈풍에 일렁인다. 마치 나 꽃 피었으니 한 번 더 봐달라고 손짓 하는 것 같다. 내가 아는 상식으로는 분명 오월에 꽃이 피어야하는데 사월에 저리도 복스럽게 피어 나를 반긴다. 성급한 내 마음을 아는 것 같아 기특하다. 생각보다 꽃망울이 많이 맺혀 꽃이 피고 있다. 분명 딸기 풍년이리라.

 

 

  유월 육일이면 현충일이다.

  내 여고시절 이 날이면 딸기밭 가는 날이었다. 그 때야 지금처럼 비닐하우스가 없던 시절이니 오월에 딸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이 시기가 되면 본격적으로 딸기가 익어갔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 대여섯이 만나 딸기밭에 가면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를 실 컨 먹을 수가 있었다. 완전히 익지 않은 딸기를 수확하는 지금과 달리 그 때는 딸기가 완전히 익었을 때 땄다. 그러니 그 맛은 지금 딸기 맛에 비할 수 없다.

 

 

  꿈은 이루어 진다고 했던가. 작년 봄에 거리에 나갔다가 딸기묘목을 만났다. 제 갈 곳을 찾아가지 못하고 큰 길가에서 비실거리는 딸기묘목을 열 그루 샀다. 시들거리는 저 것이 과연 살까 싶어 망설이다 사다 심었다. 내 기우와는 달리 얼마나 잘 자라나 퍼지는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급기야 뿌리 내리는 딸기묘목들을 잘라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분양을 했다. 그래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결국은 눈물을 머금고 상자텃밭 밖으로 나오는 줄기들은 하나 둘 잘라야만 했다. 자르고 잘라도 어찌 그리도 잘 퍼지는지 .....

 

 

  물뿌리개로 조심조심 물을 뿌려 준다. 딸기잎에 물이 닿자 햇빛에 반짝이며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혹시나 그 하얀꽃잎에 물이 뿌려져 열매가 맺지 않을까봐 조심 또 조심이다. 벌들이 찾아와 윙윙 댄다. 한걸음 물러나 벌들에게 자리를 내 주었다. 벌들까지 찾아왔으니 곧 빨간 열매를 만나게 되리라. 그 때 쯤이면 여섯 살 먹은 손자 녀석을 초대해야겠다. 딸기를 좋아하는 손자에게 딸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달리는지, 시중에서 파는 딸기와 밭에서 제 철에 따서 먹는 딸기맛이 어떻게 다른지 가르쳐 주고 싶다. 오물거리고 볼이 터져 나가라 먹을 손자 녀석 생각에 저절로 입이 벌어 진다.

 

 

 먼 훗날 이 세상에서 내가 떠 난 후.

 현충일이면 어김없이 딸기밭과 여고 때 친구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던 나처럼, 내 손자도 새콤하고 달콤한 딸기 앞에서 가던 길을 멈추리라. 그리고 생각 할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딸기는 할머니가 길러서 먹게 해 준 딸기였다고. 그 이후로 그렇게 달고 새콤하고 맛있던 딸기는 먹어 본 적이 없다고  그리운 추억 하나 심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