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이 나에게 보이니 이건 분명 개안(開眼)이라 해야 맞다. 그 개안 된 눈으로 보자면 주변은 모두 안개속이다. 말하자면 콩꺼풀로 덮여있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내 앞에 있는 단 한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사랑이다.
사랑은 시작은 아름다운 부분을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 한다. 눈이 올라갔건, 내려갔건, 멋진 이마에 현혹이 되면 그 다음은 아무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저 멋진 이마를 받혀주는 희미한 배경일 뿐이다. 누가 배경에 눈길을 주겠는가. 사슴은 사슴뿔에 반하고, 꾀꼬리는 목소리가 좋으면 그만이다. 그런 다음엔 그의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 한다. 삐뚤어진 입도 삐뚤어져 아름답고, 무통 같은 다리도 무통이 아니라 통통하고 귀여울 뿐이다.
문제는 이 사랑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쪽으로만 바라보는 일은 결국 피로감에 휩싸이게 되고 지친다. 지친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아무리 바라보아야 아름다운 구석이 없다. 눈은 감았다 뜨는 기관이다. 잠시 잠깐이라도 감았다 떠서 다은 곳도 둘러보아야 제 기능을 바로 한다. 너무 오래 뜨고 한 곳만 보고 있으면 눈에 이상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여튼 요즘 것들이란......’ 하는 뽀글머리 아줌마의 혼잣말 소리가 들린다. 그 뽀글머리 아줌마의 속내가 궁금하다. 아마도 내 식대로 해석하자면 ‘요즘 것 들은 참 부럽다.’ 이 게 속내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청춘일 때야 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아도 어디 가당키나 했는가 말이다.
뽀글머리 아줌마 말처럼 ‘요즘 것들이란’ 마음 반, 내가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 반으로 저만치 내려가는 그들을 돌아다본다. 두 청춘이 마주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고 보면 청춘은 언제 어디서나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