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수요일. 드디어 개강일이다.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고 개강식에 참석을 했다.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거꾸로 가는 꿈의 극장’이라는 제목의 테마 중 노래극을 만들고 공연하는 동아리 활동 이었다. ‘이런이런 노래라니...’ 난 노래라면 음치요 춤이라면 몸치다. 그냥 연극반인 줄 알았는데 음치에다 몸치인 내가 해야 하는 것들이 노래극이란다. 멋지게 말하면 뮤지컬 쯤 되는 모양이다. 산 넘어 산일 것 같은 느낌에 잠시 안절부절 했다.
뻔뻔해지기로 했다. 무슨 전문 극단도 아니고 오디션을 보는 것도 아니고 소일거리로 하는 건 데 이 나이에 뭐 어때 하는 배짱이 가슴 밑바닥부터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해보는 거야. 하지 않은 것을 하는 것, 내가 걸어오지 않은 길을 가는 것. 이 동아리의 목적이 나를 찾아가는 건데 나를 찾아가는 거야. 천상병씨가 말 했지. 인생은 소풍이라고 소풍 나온 건데 뭐. 까짓 것 한 번 해 보는 거야. 누군 뱃속부터 배우고 나온 것도 아닌데.
누구나 다 알고 보른다는 노래, 그래도 나만 잘 모르고 부르지 못하는 노래 ‘섬 마을 선생님’이 첫 수업으로 흘러나온다. 순간 또 다시 당황스럽다. 그토록 배우려다 배우지 못 한 노래가 ‘섬 마을 선생님’이다. 이 노래를 부르려면 소위 말하는 삑사리가 어김없이 튀어나오는데 처음부터 난관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노래 선생님이 남자다. 남자 음이라면 그런대로 쫒아 갈 수 있다. 그래도 삑사리가 나올 까봐 최대한 낮추어 부른다. 그렇게 노래가 입에 붙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춘다. 현대무용과 고전무용 그 중간쯤 되는 춤이다. 에라, 모르겠다, 망가지기 밖에 더 하겠는가 싶어 신나게 흔들었다.
이 수업의 기본 줄기는 트로트 노래로 나를 찾아가는 수업이란다. 노래 속에 내 생각을 집어넣어 가사를 재구성하여 부르고 춤을 만들고 연극을 하는 것이라 한다. 잠시 일상에서 비껴나 나를 찾아 꿈속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누구는 성우가 꿈이었고 누구는 배우가 꿈이었단다. 못 이룬 꿈을 늦게나마 해보고 싶어 하나 둘 모인 사람들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느라 잊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그 여행 속에 푹 빠져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