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 방울토마토
소나기가 한줄기 퍼 붓고 간 덕택에 한 줄기일망정 그 것 두 비라고 여덟 평 아파트 옥상 텃밭 식구들이 아주 싱싱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부쩍 자란 것 같습니다. 난 물 안주어 좋고 텃밭 식구들은 얼치기농부의 감질 나는 물맛 안 봐서 좋고 일석이조(一石二鳥)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방울토마토가 빨갛게 익었습니다.
작년 생각하면 얼치기 농부 손에 제대로 제 역할 하지 못하고 사리진 방울토마토가 생각납니다. 방울토마토가 작년에 자라는 대로 놔두었더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더라구요. 그렇게 키우는 줄 알았습니다. 생 긴대로 살게 버려두는 것, 그랬더니 꺽다리 모양 키만 큰 토마토는 제 몸 하나 제대로 지탱을 못 했습니다. 툭하면 넘어지기 일 수였습니다. 지지대를 몇 개씩 세워줘도 이리 넘어지고 저리 넘어졌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 오기 탓이었지요. 잘 좀 키워 보겠다고 인터넷을 뒤져보았습니다. 방울토마토 꽃이 피면 순치기를 하라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왜 멀쩡한 토마토 모가지를 따라고 그래. 살자고 지도 열심히 사는데 난 싫어’ 그렇게 마음 쏠리는 대로 키웠거든요. 그랬더니 넘어지고 자빠지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몇 개 열리지도 않은 방울토마토는 왜 그리 작은지 따 먹기도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올해는 어디 한 번 꽃피고 나면 남들 말하는 대로 순 한 번 따주어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방울토마토 꽃이 피자마자 옆에서 나오는 순을 벌벌 떨리는 손으로 따 주었습니다. 왜 그리 방울토마토에게 미안하던지 ‘미안해, 미안해’를 서 너 번은 중얼거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방울토마토는 토실토실 가지가 찢어지라 달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첫 수확을 했습니다. 가지는 저녁에 가지무침을 하기로 하고 방울토마토는 쥬스를 만들었습니다. 사이다를 좀 넣고 불루베리와 방울토마토를 함께 넣고 휙 갈았습니다. 물론 거기에 작년에 담그어 놓았던 자두효소를 넣었지요. 시원하고 상큼한 쥬스 한잔에 행복한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