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스키타 회교사원
여행을 하다보면 시간이 갈수록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이번처럼 패키지여행 때면 더욱 그렇다. 처음에야 체면상 은근 슬쩍이지만, 피곤이 쌓이면 좀 더 편한 자리를 찾아 노골화되기 시작 한다. 우리야 늘 하던 대로 일찍 감치 뒷자리를 잡아 두 좌석을 한 좌석 삼는 편한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여행에 그다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의례히 앞좌석 다툼이 치열하다. 모든 여행이 그렇듯 처음 앉은 자리가 여행 내내 자리가 되기 때문에 더 치열해 진다. 시간이 점점 흐르면 앞쪽에서 흐뭇하게 같이 앉아가던 사이좋은 부부도 슬슬 염증이 생긴다. 같이 앉아가는 불편을 느끼기 시작하니 하나 둘 뒤쪽으로 이동하기 시작 한다.
여행 4일째 되는 날, 슬슬 그 현상이 뚜렷해 졌다. 늘 듣기만하고 본 적이 없는 지하철 속 가방 던지는 아줌마를 내 평생 처음 목격하게 된 곳이 이번 여행의 버스 안이었다. 아무리 뒷자리를 잡았다 해도 누군가 먼저 올라가면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가 되는 수도 있으니 되도록 먼저 올라가야 한다. 그래서 먼저 올랐는데 앉지 않고 내 좌석에 서 있었다. 헌데 어디선가 가방이 날라 오더니 내 자리에 툭하고 떨어진다. 난 믿지 않았다. ‘설마 남의 머리위로 가방을 던지는 아줌마라니, 그런 사람이 있으려구, 그냥 우스개 소리로 지어 낸 얘기겠지’ 했다. 그걸 직접 겪게 될 줄은 그때까지는 생각지 못 했다. 씁쓸하다.

메스키타 회교사원 : 씁쓸함을 실은 체 버스는 달린다. 메스키타 사원으로 가는 길에 서있는 가로수가 잠시 우울했던 마음을 달래준다. 자주색 아카시아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 한다. 우리나라 오월 말이나 유월 초 날씨인 탓에 보라색 꽃이 활짝 피어있다. 간간히 오렌지나무 가로수도 보인다. 세상에, 가로수가 오렌지나무라니.... 나무마다 주황빛 오렌지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따지 않는단다. 따지 않으면 떨어지지 않으니 오렌지를 매단 체 다시 꽃이 핀단다. 이색적인 풍경에 넋을 놓다보니 도착 한 곳이 메스키타 사원이다.
메스키타 회교사원을 영국 작가 제럴드 브레넌은 이 모스크가 스페인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물이라고 말 했다고 한다. 23,000㎡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회교사원이다. 로마, 비잔틴, 고딕, 시리아, 페르시아, 요소들이 혼합 된 건축물로 아라비안과 라틴아메리카 건축물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이는 역사적으로 8세기에 지어 질 때는 회교사원으로 지어졌지만 점차 개축되고 이후 16세기에 카톡릭 성당으로 바뀌면서 카톡릭과 이슬람교의 두 가지 요소가 혼합 된 건축물로 된 것이다. 즉 카톨릭과 이슬람이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사원이라고 한다.
사원 내부는 줄무늬 석영, 벽옥, 대리석,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850여개에 이르는 아치형의 기둥과 천장의 정교하고 세밀한 모자이크가 화려함을 극대화 시켰다. 그러나 나는 왠지 슬퍼 보인다. 한 가운데 카톨릭 종탑을 이고 선 모스크에서 아픔이 느껴지게 된 때문이다. 역사는 이긴 자의 편이라고 한 낮 성당의 장식품으로 전락한 모스크는 이제 그 자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두 종교가 사이좋게 예배를 볼 시절은 올까 생각하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돌아 선다. 공존이란 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거기에 종교 아닌가. 지금도 종교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될 걸 바라야지...
생각을 떨쳐 버리며 사원에 들어선다.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겨우 사진 몇 장 찍고 정원수로 서 있는 오렌지 나무 아래 서니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푸르러도 이렇게 푸를 수가 있을까 싶도록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그런 하늘을 언제 봤는지 우리나라가 오염지역은 오염지역인 모양이다. 내 어렸을 적에는 늘 하늘이 푸르러 우리나라를 찾아 왔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극찬을 했다는 그 맑은 하늘을 이제는 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문득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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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거리 그리고 카르멘 : 스페인하면 단연 투우와 플라멩코 춤이다. 투우는 몰라도 누가 내게 ‘어떤 춤을 배우고 싶냐’고 묻는다면 난 바로 이 플라맹고를 배우고 싶다고 할 것이다. 그만큼 내게는 매력적은 춤 플라맹고다. ‘타다닥 탁탁’ 탭댄스 특유의 리드미칼하게 움직이는 발동작이나 손동작을 보고 있노라면 플라멩고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들이 오랫동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방랑 생활을 했던 집시들이 추던 춤이다. 반주(음악)라고 해 봐야 한 두 대의 기타에 박수 치기와 발 구르기 리듬이 전부다. 몸의 라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춤을 추면 모두 그 춤 속에 모두 빨려 들어가고 만다. 덕분에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페인 민속춤이 되었다.
그 춤에 홀린 탓에 어제 저녁엔 플라멩코 춤을 보았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라면 고개를 저었겠지만 여기가 어딘가. 프라멩코의 고장 스페인 아닌가.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보겠는가 싶어 거금을 주고 보았다. 180Cm는 족히 넘을 선이 굵은 남자가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신나게 탭 댄스를 추는지 여기저기서 황성이 터지더니 급기야 오빠 부대가 등장 했다. 뒤쪽에서 오빠! 오빠! 소리가 들리더니 전염이 되는 듯 여기저기 오빠 소리가 나며 모두들 자지러진다. 그 자지러짐에 그 댄서도 신이 났는지 예정보다 더 길게 춤을 춘다. 당황한 기타리스트가 어안이 벙벙하다 신나게 반주를 넣어 준다. 춤추는 사람도 기타리스트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혼연일체가 되어 박수를 쳤다. 신나는 저녁 한 때였다.
어제 저녁에 본 플라멩고 춤에 카르멘 공연이 있었다. 다 알다시피 카르멘은 프랑스 소설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대표작이다. 내용은 열정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을 사랑하게 되면서 순수하고 정직한 군인 돈 호세는 점차 타락해간다. 배신의 배신을 저지르는 카르멘을 끝내는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 이야기를 플라멩고 춤으로 풀어 낸 것이다. 그렇게 전설적인 이야기가 된 카르멘이 살았다는 거리가 유대인 거리다. 보통 유대인 거주지 특유의 하얀 건물이 서로 마주 닿을 듯 늘어서 있는 미로길이다.
남부 스페인의 태양을 닮은 것 같은 화사하고 눈부신 하얀 벽돌집들. 작고 아름다원서 소인국의 어느 마을에 들어 온 듯 하다. 집집마다 하얀 벽엔 담쟁이덩굴이 윤기 흐르는 잎들을 달고 담을 기어오른다. 그 흰 벽엔 빨간 꽃이 핀 제라늄 화분도 걸려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낮은 담벼락과 집들이 지금이라도 중세의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 올 것 같이 멋진 풍경이다. 살짝 열려있는 집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마당을 어찌 그리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얼마나 잘 가꾸어 놓았는지 별세계에 온 것 같다.

쉬어 가자고 카르멘이 살았다는 건물 앞에 앉아 레몬 쥬스를 시켜놓고 앉았더니 현재의 카르멘과 돈 호세가 옆에 앉아 열애(?)중이다. A라는 여자가 혼자 왔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팀에 들어 와 따라왔는데 사연은 이렇다. 친구가 아침마다 약수터에 가는데 그 약수터에서 몇 번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다가, 여행 간다 했더니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친구를 따라 왔다. 마침 내 친구도 룸메이트가 없어 망설이던 차라 데려 왔는데 스페인에 오자마자 친구는 소위 왕따가 되었다. 친구 딴에는 데려 온 사람이라 밥 먹을 때나 차를 탈 때나 챙기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오빠랑 할 래’다.
오빠라는 사람? 칠십 정도의 남자가 혼자 왔다. 그 남자와 만나는 순간 불이 붙었다. A는 첫날은 인사를 하고 졸졸 따라 다니더니 이튼 날은 팔짱을 끼고 다니며 오빠 오빠가 입에 붙었다. 남이야 이상하게 보건 말건 개의치 않았다. 처음엔 멋 적어하며 머뭇대던 남자도 포기를 한 건지, 그게 좋은 건지 본격적으로 같이 가세를 한다. 가방을 들어주고, 옷을 들어주고, 밤이면 데이트 나가고, 완전 부부행세다. 우리랑 같이 온 걸 아는 일행들이 어떻게 된 거냐고 자꾸 묻는다. 참 난감하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 설명을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창피하기도 하고 ..... 내 눈에는 꽃뱀이 이런 사람 아닐까 싶어 그 남자한테 우리도 잘 모르는 사람이라 못 박아 놓기는 했는데 내 생각이 틀리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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