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의 시 이야기

패배 / 茶香 조규옥

茶香 2020. 8. 29. 14:04

울 엄마가 식은 땀 흘리는 나를

의사 앞에 데려가 앉혀 놓고

쟤는 무쇠도 소화 시키는 애인데

어제 저녁부터 왜 배가 아프다고

저렇게 쩔쩔 매는지 모르겠다며

칭찬인지 흉인지 본 날 아침.

난 맹장 수술을 했었다.

 

그 때가 시작이었나 봐.

머리 속 어딘가

백기하나 숨겨 놓고

언제쯤 꺼내야 하는지

이 때나 저 때나 했는데

담석 수술 받은 다음 날

백기 보단 퇴로를 먼저 만들었는데도

 

프라이펜에

삼겹살 두어 줄 놓고

묵은 김치 두어줄 올려놓고

마늘이며 버섯이며 때려 넣고는

지글지글 자글자글 구워서

에야디야~~

 

아파트 옥상 텃밭에서

뜯어 온 상추 몇 잎

손에 올려놓아 싼 상추쌈에

입이 찢어지도록

한 입 우겨 넣고 보니

여기가 천국이니

백기든 퇴로든 오늘은 아니로다.

 

 

*담석 수술 휴우증은 지방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