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의 사진일기

꿈 꾸는 미나리

茶香 2020. 12. 11. 14:01

윤기 자르르 흐르는

미나리 한 단을 사다가

동치미를 담고 조금 남았습니다.

 

그냥 놔두면 분명 물러

생을 다하겠다 싶어

뚝배기에 담고

맑은 물도 또르르 부었습니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서

햇살을 오롯이 담아내더니

여린 초록 잎들이 우르르 기지개를 켜고

봄날의 햇살처럼 빛났습니다.

 

꽃향기 묻어나듯

풋풋함이 덩달아 향기로우니

여린 것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냄새와 빛깔이 곱기만 합니다.

 

햇살 잘 드는 창가에

꿈 하나 파랗게 앉았습니다.

겨울 햇살 한 줌에

꿈 하나가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덤으로 맞은 시간들이

희망이 되어 부풀어 오릅니다.

햇살 고운 창가에 앉아

미나리는 초록 이파리를 키우며

장다리 하나쯤 만들어 낼

꿈을 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다리꽃 하얗게 피워내며

어느 날 불쑥 씨앗을 맺고

삶은 그렇게 이어가는 거라고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해도

난 응원하겠습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꿈이라도

현실이 되는 세상입니다.

말도 안 되는 꿈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이런 꿈들이 유독 아름다우니

누가 응원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