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 2021. 2. 2. 14:21

배꼽시계가 아우성을 친다.

시계를 보니 12시는 훨씬 지나 3시다.

꼬르륵꼬르륵

밥 달라고 아우성 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가끔은 잊어도 좋으련만

 

잊어도 좋을 이런 배고픔은

날이 갈수록 총명해지고

총명해야 할 머릿속은

점점 비어가는 모양인지

건망증은 시시때때로 찾아들어

마음과 머리를 좀 먹어 간다.

 

한두 번이 아니다.

길을 걷다가 앞에서 다가오는 이가

아는 사람인 건 확실한데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어정쩡한 안부를 묻고

민망한 얼굴로 헤어진다.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어버버 말을 더듬어야 하고

글 몇 줄 적다가

떠 오르지 않는 단어 탓에

한참 머리를 갸웃거리다

끝내는 빨간색으로 0000이라 치고

 

그렇게 해 놓고 돌아섰는데

그렇게 한참을 머리를 쥐어짜도

떠오르지 않던 단어가

결국은 생뚱맞은 자리에서

느닷없이 떠 올라

실소를 머금게 한다.

 

머리를 감는데

문득 떠오르는 단어가

아까는 미안했어요.’ 하며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나는가 하면

TV 드라마를 보는데 문득

머쓱한 얼굴로 나타나기도 한다.

 

구태여

어디에 적어 놓지 않아도

때 되면 머리 속 알람은 저절로 울려

가족들 생일이며

제삿날이며 챙기며 살았는데

올해는 아들 생일도 잊고 말았다.

 

이러다

내 이름 석자를 앞에 두고

‘이게 누구더라’

할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