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香의 수필과 칼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茶香
2022. 9. 5. 13:22
가끔은
머리가 개운치 않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아파트 앞 둘레길로 산책을 나선다.
그리고 일찍 깨어난 날에도
새벽에 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봄날,
아파트 앞 둘레길에서
아름다운 파랑새(?) 한 마리를 만났다.
아니, 아니, 한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가 내 앞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날아간 시간이
찰나의 시간이었기에
내가 본 게 새가 맞을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새가 있기는 한 건가?
내가 잠깐 환상에 빠졌었나?
그 해는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다시 한번!
거실 유리창 앞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고 서 있었는데
파랑새(?) 두 마리가
거실 창 앞을 가로질러 날아가고 있었다.
내 눈은 점점 커졌고, 그리고 보았다.
아름다운 새의 등은 유청색으로 아름다웠고
새의 부리도 유청색으로 빛났다.
새의 부리 밑, 목덜미는 명황색으로 눈이 부셨다.
새는 다시 한번 내 앞으로 날아와
방향을 바꾸어 숲으로 날아 들어가 버렸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새가,
내게 다시 돌아왔다가
숲으로 돌아간 것으로
소중한 순간을 하나 더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파랑새(?)라고 생각했던 그 새는 동박새였다.
주로 남쪽에 서식하는 새지만
우리나라 기후가 온난화 경향으로
이곳 서울까지
동박새가 날아와 사는 모양이었다.
가끔 거실 창 앞에 서거나,
아파트 앞 둘레길을 걸을 때면
시간을 되짚어 동박새를 만났던 그 시간으로 간다.
그리고 기다린다.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반가운 조우 시간이 주어지기를.
우연한 만남이어서 더 좋았던
그런 시간이 주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