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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香의 수필과 칼럼

티벳에 가고 싶은 날

by 茶香 2016. 12. 3.

Photo Essay.....

 

 

       티벳에 가고 싶은 날.  / 茶香조규옥

 

 


조금씩 비가 내리더니 오후에 들어서니 눈비로 변했어요. 어쩌면 어스름이 내릴 때쯤이면 함박눈이 내릴지도 모르겠어요. 날씨는 푸근하고 하늘은 내려 올 대로 내려와 산마루에 걸렸으니 이런 날은 함박눈 내리기엔 적격이지요. 거실 창 앞에 서니 이런 날은 커피가 생각이 드네요. 돌아서서 커피를 타러가려다 그만 두고 말았어요.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는 게 기억이 났어요. 지금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커피를 마시면 눈 내리는 긴긴밤 뜬 눈으로 세워야 하는 걸요. 나이가 드니 이런 점은 좋은 것 같네요. 아무리 분위기가 좋아도 내가 나를 제어 할 수 있다는 게.

 언제였던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겨울만 되면 내 기억 속엔 언제나 눈이 펑펑 내려요. 내 고향의 겨울은 눈이 아니라 눈이 내렸다하면 매일매일이 폭설이예요.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폭설 속에선 누구나 눈사람이 되지요. 여기서 누구나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말하지요. 사람은 물론이고 나무나 돌이나 하다 못 해 꽁꽁 얼어붙은 강까지. 내가 강아지과였는지 몰라도 난 눈 속을 걷기 좋아했지요. 지금도 눈만 내리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면 어디는 가고 싶은 마음이 마음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솟아올라요.

 지금 그 곳에 가고 싶어요. 어둔 밤, 눈사람 하나가 대문 안에 들어서며 헛기침을 해요. 폭설 속을 걸어오신 아버지가 눈사람이 된 탓이지요. 아버진 댓돌위에 올라서서 머리에 어깨에 올라앉은 눈을 손을 들어올려 탁탁 소리 나게 털어내기도 하고. 가끔은 어머니가 하얀 수건을 들고나가 탁탁 털어내면 아버지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웃음기가 번지곤 했어요. 윤이 반질거리는 장독항아리도 눈사람이 되고

 


 집에서 기르던 메리도 폭설 속을 좋다고 이리 저리 뛰다가 끝내는 눈사람이 되는 곳이지요. 나무등걸에서 떨어져 내리는 눈 폭탄 소리가 밤새도록 들려오는 그 곳에 아직 당신이 거기에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삿보로에 그가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할 때도 있지요. 동경이나 홋카이도는 가 보았지만 난 아직 삿보로에 가 보지는 못 했어요. 그런 내가 삿보로에 그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순전히 어디선가 읽은 한 줄의 문구 때문이지요. 삿보로에 같이 갈까요? 이 말은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라고 한데요.그러니 내가 그리는 당신은 나를 찾아 삿보로에 있을 거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이지요.  어느 날 훌쩍 내가 눈 내리는 삿보로행 비행기에 올라 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나하고 티벳에 갈래요? 어쩌면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르겠어요. 당신을 만나면 나는 삿보로 보다는 티벳에 가자하고 싶어요. 그 곳은 고도가 높아 당신이 고산병에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그 곳에 갔을 때 고산병이 걸려 한 이틀 고생했거든요.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신작로를 낡은 버스가 지나가기도 하고. 길을 걷다보면 오채투지로 조캉사원을 향해 가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밤하늘 이예요. 나야 여름에 티벳에 가 보았지만 당신과 함께라면 겨울에 가고 싶어요. 어느 해 겨울, 내가 당신을 처음만나 함께 걷던 길에서 만났던 밤하늘이 거기 있더라구요. 끊임없이 유성이 흐르고 은하수속에 빛나는 북두칠성이나 북극성을 만날 수 있지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마차자리를 찾아 마차를 타는 거예요. 그리고는 밤하늘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요. 티벳은 기억하러 떠나는 곳이 아닌 꿈을 꾸러 떠나는 곳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