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茶香의 시 이야기

봄 비 내리는 날에는

by 茶香 2023. 3. 14.


&;        



봄 비 내리는 날에는! /茶香 : 조규옥

언제부터 내렸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렸다.
퇴직 후부터 시작된 한가로움이
나를 이끌어 숲을 바라보게 했다.

창밖 숲속 나뭇가지에
매달린 빗방울들이
부풀어 오르는 꽃망울들과
어깨를 겨누며 키 재기가 한창이었다.

봄이란 녀석은
가랑이가 찢어져라 저렇게 분주한데
나는 내 생애 그 어느 때보다
한가롭고 여유롭다.

봄이란 언제나 그랬다.
바라보는 사람이야 한없이 게으르지만
봄 풍경에 스며드는 것들은
쉴 새 없이 고단한 하루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 같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머릿속 근심 걱정이야 묻어놓고
쉼표 하나 찍어도 좋을 날이다.

귀를 열고
빗소리 삼매경에 빠져도 좋고
주방에 들어가 지글지글 전 부치며
태평가를 불러도 좋겠다.

                                                                             
 

 

'茶香의 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편지  (0) 2023.02.28
11월의 엽서  (0) 2022.11.06
힘든 세월  (0) 2022.01.23
섣달 그믐밤  (0) 2022.01.21
문득  (0) 2021.08.05